"산불은 골든 타임을 놓치면 통제 불가능해집니다. '시간'이 중요한 재해인데 AI가 이를 단축할 수 있습니다."
산불 감지 인공지능(AI) 서비스인 '파이어 스카우트'를 개발한 IT 기업 '알체라' 황영규 대표의 말입니다.
산불의 골든 타임은 보통 화재 신고 후 30분입니다. 이를 넘길 시 숲은 무한한 땔감이 되고 불은 걷잡을 수 없는 대형 재해로 번집니다. 지난 11일 강릉에서 발생한 산불 역시, 초속 30m에 달하는 강풍으로 헬기가 뜨지 못해 초진이 늦어져 피해 규모가 불어났습니다.
그만큼 화재를 빨리 감지해 신속히 초기 진화를 하는 게 핵심입니다. 황대표가 개발한 AI 서비스는 맨눈으로 알아채는 것보다 최대 스무배는 빨리 화재 신호를 감지합니다. 공모전에서 선정돼 2021년부터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소노마 카운티에서 기술을 제공하고 있기도 합니다.
한국의 스타트업이 캘리포니아까지 가서 산불을 감시하게 된 계기와 추후 국내 적용 가능성에 대해 핫코노미에서 살펴보겠습니다.
◇ 직접 목격한 산불이 사업의 영감으로
"산불 때문에 정전이 돼 씻지도 못하고 연기로 하늘은 시커멨습니다"
황대표는 2019년 캘리포니아에서 직접 산불을 목격했습니다. 안타까운 상황에서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산에 설치돼 있는 관제 CCTV였습니다.
"산불을 감시하기 위해 천 대가 넘는 카메라는 사람들이 보고 있을텐데. 이런 일은 AI가 더 잘할 수 있는 영역이거든요."
황대표가 운영하는 알체라는 AI를 이용해 영상을 분석하는 기술을 갖고 있습니다. 안면 인식 기술 전문 기업으로 성장했는데, 이 기술을 토대로 2018년 한국전력 등과 같이 화재를 감지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이 경험이 미국 진출의 바탕이 됐습니다.
◇ 실낱 같은 연기도 바로 감지
"AI는 대략 1분 이내로 화재 징후를 감지합니다. 사람은 평균적으로 20~40분 걸리니, 훨씬 빠르죠."
AI로 산불을 감시하는 원리는 간단합니다. 알체라의 기술이 담긴 클라우드와 산에 설치된 CCTV를 연결합니다. CCTV를 통해 들어오는 영상을 실시간으로 감시하며 연기 등 화재 이상 징후를 찾는 방식입니다. 이후 화재가 감지되면 산불의 발화 위치를 추정해 GPS 좌표를 대응 인력에게 알립니다.
"사람이 수십 마일을 비추는 카메라를 온종일 보다 보면 집중력이 떨어집니다. 나중에 큰 불이 나야 찾는 거예요. 그때는 늦는 거죠."
황대표는 AI로 산불의 '골든 타임'을 잡을 수 있다고 자부합니다. 이전에는 관제 인력이 일일이 CCTV를 관찰해야 해 쉽게 피로해지고 따라서 감시의 효율이 낮아지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AI를 통해 24시간, 취약한 지역까지 신속하게 감시해 산불을 조기에 알아챌 수 있는 겁니다.
◇ 오류 줄이려 방대한 데이터로 끊임없는 학습
"AI가 안개와 지평선에서 피어오르는 구름은 더는 헷갈리진 않습니다. 하지만 가끔 캘리포니아의 모래 회오리를 연기로 혼동할 때는 있습니다."
물론 AI도 틀릴 때가 있습니다. 이럴 경우 주변의 다른 CCTV를 함께 확인해 화재인지 기상 현상인지를 확인합니다.
"조그만 연기가 하나 피어오르거든요. AI에게 '이런 걸 잘 봐'라고 학습시키면 AI가 터득하죠. 수학 못 하는 아이에게 수학 문제집을 많이 풀게 하는 방법과 똑같아요"
더 똑똑하게 산불을 감지하는 AI를 위해 중요한 건 꾸준히 데이터를 학습시키는 겁니다. 황대표는 이를 위해 미국의 산불 감시회사 '얼럿와일드파이어'에서 방대한 영상의 데이터를 받아 판독 능력을 발전시켰습니다.
◇ "국내 '산불' 피해 막는 역할 기대"
"한국에선 지난해부터 산불 피해가 잦아졌는데요. 한국도 CCTV는 충분합니다. 올해 좋은 소식들이 있을 것 같아요"
올해 국내에서도 산불 감지 AI 서비스를 도입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황대표는 지자체와 관련 유관 기관과 협약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전기차 충전소 등 화재에 민감한 시설이나 실내까지 서비스 적용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습니다